지난 15일 네덜란드 북동부 드렌터의 시골 마을에서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며 9년간 지하실에 숨어 산 일가족이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BBC 방송에 의하면 가족 몰래 지하실을 탈출한 남성이 마을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술집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뉴스에 의하면 아버지 역할을 해온 58세 남성과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여섯 자녀로 구성된 이들 가족은 외딴 농가의 지하실에 숨어 살면서 종말을 기다리며 세상과 격리된채 긴 시간을 견뎌왔다는 것입니다.
종말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한 가정을 9년 동안이나 세상과 등진채 숨어 살아온 것이 뉴스꺼리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선진국 유럽나라 중 하나인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일이라 새롭게 보여집니다. 그런데 사실 시한부 종말의 후유증은 1990년대 한국 사회에서 극심하게 일어났습니다. 1992년 10월 28일을 휴거일로 주장한 다미선교회를 비롯해 하느님의 성회(9월 28일), 다베라선교회(10월 10일) 등 50여 개 종파가 시한부 종말론을 퍼뜨려 한국사회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당시 종교계에선 1992년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의 시한부 종말론자들이 있었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1990년대 초에는 1999년을 종말 시기라고 주장하는 집단도 있었습니다. 부산 성화선교교회는 초·중·고생 30여 명을 혼숙시키며 99년 종말론을 퍼뜨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정통 기독교와 시한부 종말론자의 차이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종말의 시기에 대해 정통적인 시각은 예수님의 재림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것이지만 종말론자는 종말시기를 특정한 날로 정해놓습니다. 두 번째로 종말에 대한 성도의 자세는 정통적인 시각은 종말에 대한 소망을 갖되 신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삶을 지향하는 반면 종말론자는 두려움과 경각심을 넘어 현재의 삶을 무시하고 외면한채 종말을 준비하는 삶을 살라고 부추깁니다. 세 번째는 구원의 방법에 있어서도 정통적인 시각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보편적인 구원을 말하지만 종말론자는 특정한 자신들의 종파나 교리만 믿고 따라야 구원을 받고 종말을 대비할 수 있다고 현혹합니다.
우리는 개인적인 종말과 역사적인 종말의 바탕위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분명한 종말의 때는 하나님 아버지만 아신다(마 24:36)는 것과 그 날과 때를 알지 못하므로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마 25:13). 그래서 달란트를 맡은 자처럼, 신랑을 맞이한 지혜로운 다섯 처녀처럼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다시오실 주님을 맞이하는 깨어있는 성도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