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늙은, 늙어가는) 수도사의 기도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셔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므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주소서.
내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것에 대해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 둘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지 않습니다만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기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다고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는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