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갑작스럽게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전세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깊은 슬픔과 애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곧 9월 19일 장례예식에는 전세계의 국가 원수와 국빈들이 방문할 예정이며 이미 영국은 뱅크홀리데이로 지정을 했고, 수많은 숍들은 자발적으로 문을 닫기도 하고 심지어 예정된 파업이 철회되기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마지막 모습을 추억하기 위해 8km에 이르는 끝없는 행렬이 줄지어 서있고 19시간을 기다려야 여왕의 관이 모셔져 있는 웨스트민스터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 대중의 관심이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처음 영국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도 왕정제도가 존속되어 있고, 왕궁과 왕자, 호위병 등등 마치 조선시대의 군왕제도와 같은 모습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영국 입헌군주제가 지금까지 존속할 수 있는 배경에는 ‘The King reigns, but he doesn’t govern’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정치 이념입니다.
명예혁명이 끝난 후, 영국에는 왕위를 이어받을 스튜어트 왕가 자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회는 독일에서 스튜어트 왕가의 먼 친척을 데려와 왕으로 삼게 되는데 그가 바로 하노버 왕조의 시조인 조지 1세입니다. 조지 1세는 평생을 독일에서 살아서 영국의 정치 현실을 몰랐고 아예 영어조차 몰랐다고 하니 정치에서 더 멀어지게 되었고 정치에 깊게 관여하지 않음으로 오히려 오늘날까지 왕정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죽음을 바라보며 생명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보게 됩니다. 70년 왕위를 누린 사람도 평범한 사람도 때가 되면 생명을 주신 하나님 앞에 서야 하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순간 구원의 확신과 천국의 소망이 있느냐의 여부는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로 나뉘어지는 분깃점이 될 것입니다. 또한 참된 왕은 영원하신 하나님 한분 뿐이심을 다윗은 고백합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70년 왕위가 위대해 보이지만 별 수 없는 인생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과 왕홀에 있는 보석을 다 내려놓고 갈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인생입니다. 다윗의 진솔한 고백을 귀담아 들으며 인생무상의 허전함을 달래봅니다. “왕이신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를 높이고 영원히 주의 이름을 송축하리이다.”(시편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