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영국땅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곳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카페나 식당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예배당에서도 순간 분위기를 여지없이 깨버리는 일들이 간간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재채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코를 푸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몇 번씩 반복해서 소리내어 풀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사람들이 이렇게 예의 없이 하는가 하는 의아심이 들기도 하고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이었지만, 그 원인은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해 생기는 헤이피버( Hayfever)였습니다.
2006년 6월에 뉴몰든에서 지금 거주하고 있는 레인즈파크로 이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해야할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새로 이사간 집의 가든 정리를 하고, 각 방을 고치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평소에 잘 안하던 집안 일들을 몰아서 하느라 체력이 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영국생활 4년만에 영국사람 약 1600만명이 가입된 헤이피버 멤버쉽에 강제가입이 되었습니다. 헤이피버에 걸리고 나서부터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6월부터 7월 중순까지는 일년중 가장 힘든 고난의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수많은 재채기와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콧물에 휴지란 휴지는 순식간에 동이 나고 가장 힘든 것은 깊은 잠을 자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헤이피버의 힘든 일들을 매년 몸소 겪어보니 처음 영국분들의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다 공감이 되고 그분들은 양반중의 양반이었음을 회상하게 됩니다.
헤이피버( Hayfever)로 인해 이 시기는 1년 가운데 가장 힘든 시기이면서 그 힘듬으로 인해 가장 겸손하게 지내게 됩니다. 자작나무 꽃가루 알레르기에 꼼짝못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바라보며 더 이상 교만해질 수 없습니다. 연약함과 힘듬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감사의 제목이 되고 생명과 건강이 하나님의 은혜 아래 있음을 다시금 깨닫고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전도서 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