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신론자의 러브스토리’
한 시대의 존경받는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 얼마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이어령 교수가 하나님을 처음 만난 러브스토리입니다.
그 분의 문학평론가로서의 50년 삶에 130여권의 단행본을 출간했지만 시집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는 미당 서정주 선생의 글을 인용해 이처럼 말했습니다.
"제주도 해녀가 전복을 따서 내다파는데, 정말 좋은 전복을 보면 바닷 속바위틈에 다시 붙여놓고 나온다. 그리고는 그리운 님이 오는 날 그 전복을 따다 상에 놓는다. 아마도 나의 시에 대한 마음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 그의 첫 번 시집 어느무신론자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그의 순수한 모습을 시상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송이 바친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절할 때 아주 가끔 당신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를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 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 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한 빛 한점이면 족합니다
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을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이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