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살아가는 우리네 날들속에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듯 싶은 일들이 깊은 감동이 되어 마음속에 고이 간직되고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미담(美談)이 있습니다.
평소 아픈 곳 없이 건강했던 정다솜(29세)씨는 지난 5월 1일 친척집을 방문한 후 집으로 가기 위해 어머니의 차를 타던 중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이송됐지만 뇌출혈로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의료진으로부터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정다솜씨 부모는 다른 생명을 살리기로 결정하고 말기환자 4명에게 사랑하는 딸의 폐,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하게 됩니다.
사실 정다솜씨는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였습니다. 외동딸이었던 정씨는 부모에게 열아들 부럽지 않은 대견한 딸이었습니다.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대학생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썼고, 대학 졸업후 전공(영문학)을 살려 영어학원을 차리겠다는 목표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샌디에이고에서 영어교육전문가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영어학원을 개원한 지 6개월만에 쓰러진 것입니다.
정다솜씨도 그렇지만, 정씨의 부모님도 정말 훌륭하고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딸의 장기를 이식받는 분들이 다솜이를 대신해 건강하게 살기를 기도한다고 고백하면서, 본인들도 이미 수년 전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해둔 상태였다고 합니다.
저는 이분들이 그리스도인인지 아니면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삶에 깊은 감동과 존경심이 느껴집니다. 사실 우리가 믿는 참된 신앙은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삶의 이정표를 믿음으로 찍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앙은 성경을 알고 하나님을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시작이고 신앙의 동기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선택하고 말하고 행동하며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신앙의 자리를 세워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고보 사도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 2:17)고 실천하는 믿음을 강조했는지 모릅니다. 죽은 믿음은 아무런 힘도 능력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는 만큼 믿음을 따라 고민하고 선택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나의 신앙의 거룩한 의무이며 특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