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다녀온지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한국을 가려고 하면 비행기 티켓과 시간만 맞으면 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 펜데믹은 이러한 모든 것들을 송두리채 바꾸어버렸습니다. 지난 3년여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 자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말씀을 기억하며 겸허히 주의 말씀앞에 허리를 조아리게 됩니다.
금번 한국 방문은 마음이 조금 무겁습니다. 부모님의 연세가 고령이신지라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러한 조바심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한국에서 보내는 짧은 시간들을 부모님과 함께하고픈 마음이 가득합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함께 산책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고 같이 새벽예배도 드리고..., 영국에 산 세월이 길어질수록 부모님께 죄송하고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간다는 이유로 제대로 안부드리지 못하고 살피지 못한 불효자같은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초월해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영국과 한국이라는 공간과 시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을 가슴속에 쓰리도록 묻어두고 있어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마음을 풀어헤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직접 두 눈으로 보아야 하고 느껴야하고 옆에 계셔야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연약한 인간의 삶에 시간과 공간을 허물고 초월해서 찾아오신 분입니다. 2000년 전 사람의 몸을 입고 이땅에 오셨고 또 우리의 삶의 한복판에 찾아오셔서 지금 우리와 함께하시기 원하시고 동행하시기 원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시간을 초월하시고 공간의 벽을 허무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소망을 갖습니다. 비록 부모님과는 짧은 시간을 나눌 수밖에 없는 연약한 인생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셔서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동행하심을 통해 부모님도 나도 그 안에서 참자유와 평안을 누리며 천국을 소망할 수 있기에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됩니다. 주 안에서 승리하시고 한국 잘 갔다오겠습니다.